영어 듣기 관련 입니다 호주에서 살고 있는 학생인데 1년정도 지났네요 근데 영어 듣기를 어떻게
호주에서 살고 있는 학생인데 1년정도 지났네요 근데 영어 듣기를 어떻게 향상시키나요? 학교다니면서 녹음하고 영어 유투브로 엄청 들어도 그냥 안들립니다.. 그냥 뭐 설명할게 없어요 녹음, 반복적으로 듣기의 문제, 단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안들려요 아는 단어도 안들리고 그냥 안들립니다... 혹시 외국에 사셨거나 이런 경험 있으셨던 분들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너무 답답하고 영어에 대한 열정도 점점 떨어지네요
현재 겪고 계신 문제는 단순히 단어량이나 듣는 시간의 부족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냥 안 들리는" 현상의 핵심적인 원인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몇 가지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리'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우리는 영단어를 눈(철자)으로 외우고, 머릿속에서 한국어 발음으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원어민이 말하는 영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소리와 전혀 다릅니다.
* 연음 (Connected Speech): 영어는 단어를 하나씩 끊어 말하지 않습니다. 단어와 단어가 이어지면서 소리가 합쳐지거나 변형됩니다.
* 예: "get on" -> [게론] / "check it out" -> [체키라웃] 처럼 들립니다. "겟 온" 이라고 기다리고 있으면 절대 들리지 않습니다.
* 강세, 리듬, 억양 (Stress, Rhythm, Intonation): 영어는 '강세 중심 언어'입니다.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내용어)에만 힘을 주어 길고 강하게 말하고, 중요하지 않은 단어(기능어)는 약하고 빠르게 뭉개서 발음합니다.
* 예: "I want to go to the store." 라는 문장에서 want, go, store는 잘 들리지만, I, to, the는 거의 들리지 않거나 뭉개져서 지나갑니다. 이 리듬을 모르면 중간중간 소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축약과 탈락 (Reductions & Elision): 원어민들은 효율적인 발음을 위해 소리를 줄이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예: "going to" -> "gonna" / "want to" -> "wanna" / "and" -> "n" (rock n roll)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내가 아는 단어의 '개별 소리'와 실제 문장 속에서 들리는 '소리의 덩어리'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녹음을 듣고 유튜브를 계속 봐도 이 '소리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훈련법)
이제 '많이 듣기'에서 **'정확하게 듣고 따라하기'**로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1. 쉐도잉 (Shadowing): 가장 강력한 해결책
단순히 듣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의 소리를 그림자(shadow)처럼 아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똑같이 따라 말하는 훈련입니다. 발음, 억양, 강세, 리듬, 연음까지 모두 복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자료 선택: 1~2분 내외의 짧고, 스크립트가 있으며,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영상을 고릅니다. (호주 발음에 익숙해지기 위해 호주 유튜버, 뉴스(ABC News), 어린이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특히 Bluey 같은 애니메이션은 발음이 명확하고 실생활 표현이 많아 시작하기 좋습니다.)
* 자막 없이 듣기: 전체 내용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소리의 '흐름'과 '리듬'만 느껴봅니다.
* 자막 보며 듣기: 스크립트를 보면서 들으며, 내가 생각했던 소리와 실제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연음, 축약 등) 확인합니다.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체크합니다.
* 따라 말하기 (Listen and Repeat): 한 문장씩 끊어 들으며, 잠시 멈추고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말합니다.
* 쉐도잉 (Shadowing): 이제 영상을 재생하면서 0.5초 정도 늦게,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소리만 들으며 그림자처럼 따라 말합니다. 처음엔 웅얼거리는 수준이어도 괜찮습니다. 목표는 의미 파악이 아니라 소리 모방입니다.
* 왜 효과적인가? 쉐도잉은 귀와 입을 동시에 훈련시켜, 머리로 영어를 번역하는 습관을 버리고 소리 자체를 몸으로 익히게 만듭니다. '소리 데이터'가 뇌에 쌓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소리 패턴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2. 딕테이션 (Dictation, 받아쓰기)
딕테이션은 내가 무엇을 '못' 듣는지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쉐도잉과 마찬가지로 1분 내외의 음원/영상을 준비합니다.
* 한 문장을 듣고, 받아씁니다. 안 들리는 부분은 비워두거나 들리는 대로 적습니다.
* 들릴 때까지 3~5번 반복해서 듣고 빈칸을 채워봅니다.
* 마지막으로 스크립트와 비교하며 내가 왜 틀렸는지 분석합니다. (a, the 같은 관사를 놓쳤는지, 연음 때문에 다른 단어로 들었는지 등)
* 왜 효과적인가? 딕테이션은 수동적으로 듣는 것을 능동적으로 듣는 것으로 바꿔줍니다. 내가 약한 소리(특히 기능어)를 정확히 파악하고 집중해서 듣는 훈련을 하게 해줍니다.
미국 영어와 호주 영어는 모음 발음과 특유의 억양, 슬랭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유튜브나 미디어 콘텐츠를 선택할 때 의식적으로 호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현재 환경에 적응하는 데 훨씬 효율적입니다.
* 뉴스: ABC News (유튜브 채널, 팟캐스트 모두 발음이 깔끔합니다)
* 애니메이션: Bluey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호주 애니메이션, 일상 표현의 보고입니다)
* 유튜버: Wengie (뷰티), Ozzy Man Reviews (코미디, 조금 빠를 수 있음), Jorden Tually (여행) 등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호주 크리에이터를 찾아보세요.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해오셨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식는 이유는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목표를 '영어를 정복하겠다'에서 **'어제보다 한 문장 더 잘 따라 해보겠다'**로 바꾸어 보세요.
* 하루에 딱 1분짜리 영상 하나만 제대로 쉐도잉하고 분석해도 괜찮습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 안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번엔 어떤 소리 트릭이 숨어있을까?' 하고 게임처럼 접근해보세요.
* 학교 친구나 동료에게 "이 부분 뭐라고 하는 거야? 잘 안 들려."라고 편하게 물어보세요. 실제 소리를 원어민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1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많은 단어와 표현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 저장된 정보를 '소리'와 연결하는 '스위치'를 켜는 단계가 필요한 것뿐입니다.
오늘부터 딱 2주만, 매일 30분씩 쉐도잉과 딕테이션에 투자해보세요. 양을 늘리기보다, 하나의 문장을 완벽하게 소리 낼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드는 겁니다. 분명 지금의 답답함을 뚫고 나가는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